넉 달 만든 서비스를 접으면서 배운 것
올해 초에 만들기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여름에 닫았습니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딱 넉 달이었습니다. 잘된 이야기보다 이런 기록이 나중에 더 쓸모 있을 것 같아 남깁니다.
무엇을 만들었나
ETF 포트폴리오를 입력하면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보유 종목의 구성을 점수로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하고, 급락 시나리오를 돌려보는 기능이었습니다. 리포트를 유료로 파는 게 수익 모델이었습니다.
기능은 돌아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첫 번째 벽: 결제를 붙일 수 없었다
결제를 연동하려고 결제 대행 플랫폼에 신청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사유를 보니 금지 업종 목록에 이런 항목이 있었습니다.
금융 거래, 투자 자문 서비스(인사이트 플랫폼 포함)
제가 만든 게 정확히 그 “인사이트 플랫폼”이었습니다. 다른 업체들을 알아봤지만 같은 유형은 전부 같은 조항을 두고 있었습니다. 방법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남은 선택지는 심사가 훨씬 까다로운 쪽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제일 비쌉니다. 결제와 규제 확인은 코드를 쓰기 전에 해야 합니다. 저는 기능을 다 만들어 놓고 마지막에 결제를 붙이려다 막혔습니다. 순서를 반대로 했으면 넉 달이 아니라 하루로 끝날 확인이었습니다. 이후로는 뭘 만들든 “이거 팔아도 되는 물건인가”를 먼저 확인합니다.
덧붙이면, 그 시점에 코드 전체를 법적 관점에서 점검했더니 열 개가 넘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개인정보 관련 고지 누락, 쿠키 동의 부재, AI 결과물에 대한 면책 문구 없음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몰아서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방향 전환: 블로그로
유료 서비스가 막히자 광고 수익 모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주제로 교육 콘텐츠를 쌓고 광고를 붙이는 구조였습니다. 사이트를 정적 블로그로 다시 만들고 콘텐츠를 서른 편 넘게 채웠습니다.
콘텐츠 품질에도 꽤 공을 들였습니다. 필자를 실명으로 바꾸고, 각 글에 제 실제 투자 경험을 1인칭으로 넣고, 외부 이미지 대신 직접 만든 도표를 넣고,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 카테고리까지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벽: 광고 승인이 안 났다
광고 프로그램(애드센스)에 두 번 신청했고 두 번 다 거절당했습니다. 1차 거절 사유는 “가치가 별로 없는 콘텐츠”였습니다. 위에 적은 품질 개선은 전부 그 거절 이후에 한 것이었고, 그러고 나서 재신청했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그 시점에 수익 경로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광고가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에, 승인이 안 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의미를 잃는 구조였습니다.
단일 수익 모델에 프로젝트의 생사를 걸면 안 됩니다. 승인 여부라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남의 결정 하나에 넉 달이 통째로 묶여 있었습니다.
제일 뼈아팠던 것: 측정을 안 했다
그런데 되짚어 보면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방문자가 그럭저럭 꾸준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이트를 띄운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분석 도구가 하나도 안 달려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개인정보처리방침에는 분석 도구를 쓴다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없었습니다. 방문자 수에 대한 제 감각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설치하고 재보니, 일주일 동안 사이트 전체 방문자가 손에 꼽는 수준이었습니다. 목표는 월 1만 명이었습니다.
이게 왜 뼈아프냐면, 순서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도 안 오는 사이트의 수익화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승인이 났어도 그 트래픽으로는 의미 있는 수익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광고 거절은 사망 원인이 아니라 사망 진단서였고, 진짜 원인은 그 훨씬 전부터 있었는데 제가 안 재고 있어서 몰랐던 겁니다.
숫자를 봤다면 훨씬 일찍, 훨씬 싸게 방향을 틀거나 접었을 겁니다. 지금은 뭘 만들든 분석 도구부터 답니다. 첫 배포 때 같이 답니다.
접기로 한 판단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계속 콘텐츠를 쌓으며 재신청하기, 다른 수익 모델로 또 한 번 전환하기, 닫기.
닫는 쪽을 골랐습니다. 같은 주제에서 두 번 막혔다는 건 개별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신호로 봤습니다. 금융·투자 분야는 콘텐츠 심사 기준이 유독 높고, 결제도 규제 대상이고, 트래픽도 안 나왔습니다. 여기에 시간을 더 붓는 것보다 회수하는 게 나았습니다.
코드와 콘텐츠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보관해 뒀습니다. 실제로 이 블로그의 독후감 첫 글은 그때 써 둔 노트에서 각도를 바꿔 다시 쓴 것입니다. 그때 익힌 것들도 남았습니다. 라이브러리 없이 SVG로 도표 그리는 방식, 서버 없이 정적 사이트를 무료로 굴리는 구성 같은 것들은 지금 이 사이트에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 팔 수 있는 물건인지 먼저 확인한다. 결제와 규제는 개발 전에.
- 측정 도구는 첫 배포에 단다. 감각은 틀립니다. 그것도 항상 낙관적인 쪽으로.
- 수익 모델 하나에 생사를 걸지 않는다. 남이 승인해 줘야 하는 구조면 더더욱.
- 접는 것도 결정이다. 두 번 같은 벽에 막혔으면 벽을 다시 봐야 합니다.
지금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는 세 번째를 특히 신경 썼습니다. 여기는 광고가 붙든 안 붙든 앱 정책 페이지와 기록 보관소 역할을 하니까, 승인 결과와 무관하게 계속 굴러갑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습니다.